아이 친구 엄마
아이 친구 엄마
조금 못난 모습을 보여도,
조금 실수해도,
오랜만에 만나도,
친구와의 만남은 편하고 좋다.
반면, 아이와 연결되어
만들어진 인간관계는
아무리 편하다고 해도
어느 정도의 불편함이
항상 있는 것 같다.
내 친구와
아이 친구 엄마는
엄연히 다른 존재인 셈이다.
아이 친구 엄마들과는
유치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.
어린이집은 근처가 아니었던 탓에
놀이터에 가더라도
아는 친구가 없어서
아들은 늘 아쉬워했다.
처음 보는 다른 친구들과
같이 논 적도 있지만,
때로는 아는 친구들끼리만
노는 경우도 있었다.
그럴 때면 외동아들이어서
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.
형제가 있었다면 같이 놀 텐데,
내가 아는 엄마가 있었다면
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.
친구랑 집에서 놀고 싶어도,
친구의 집에서 놀고 싶어도,
엄마를 모르면 모두 불가능했다.
그래서 유치원을 가까운 데로
보낸 이유도 있었다.
유치원이 집 근처니
아무래도 오고 가며
알게 되는 엄마들이 생겼다.
그러면서 차 한 잔 하게 되고
집에서 애들도
같이 어울리게 되었다.
그렇게 알게 된 지도 3년.
간단하게는 오늘 저녁 반찬부터
아이의 성격, 취미, 특기, 학원 정보
시댁과 신랑의 일까지.
꽤 많은 정보들을
공유하고 알게 되었다.
안 지도 제법 되고,
친하고 좋은 사이이지만,
'아이'가 중심이기에
여전히 조심스럽고
가끔은 힘에 부치기도 한다.
서로 아무리 친하더라도,
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기면
순식간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다.
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
받아들이고 있지만,
때때로 그리고 여전히
그 관계 속에서
나는 고민하고 있다.
만나지 않으면 불편하고,
만나도 편하지 않은 자리.
그게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이다.
모임의 중심이
'내'가 아닌 '아이'이다 보니
나의 사소한 감정들은
어느 정도 내려놓는다.
그 엄마와 성향이 맞더라도,
내 아이와 그 친구가 맞지 않다면
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.
내 아이와 같은 반이면
한 번 더 신경 쓰이게 되고,
내 아이와 친하다면,
그 엄마와 성향이 다르더라도
어느 정도의 관계를
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.
알게 된 지 3년.
그리고 새로 알게 된
같은 반 엄마들까지.
조금씩 아는 엄마들이 늘어나지만,
그만큼 고민도 생각도
같이 늘어나게 된다.
관계가 쉽지 않지만,
그래도 그 관계, 모임에서
얻을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있다.
사소하게는 아이의 학원부터
나아가서는 아이의 친구관계까지.
그렇기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
관계와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.
대신 적당히 결석도 하면서.
모임이 하나이긴 하지만,
그렇다고 다 가자니
꽤 피곤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.
그래서 매번 참여하는 대신,
가끔씩 얼굴을 내비친다.
너무 안 나가면 그것도 그러니까. =(
필요하지만,
어렵고 힘든 관계.
모임 하나 정도
있으면 적당한 관계.
그게 '아이 친구 엄마'와의
관계가 아닐까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