당근 마켓, 무료 나눔 후기
당근 마켓, 무료 나눔 후기
당근 마켓으로 유리세정제를
무료 나눔 했다.
금방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
별 다른 반응이 없었는데,
조금 지나자 생각보다
많은 분들이 채팅을 주셨다.

무료 나눔이지만
예상보다 은근히 까다로웠다.
일단, 하겠다고 하신 분의
응답이 너무 늦었다.
채팅을 읽으셨지만,
답장을 하시기까지
한참 걸렸다.
성격이 급한 나로서는
참 힘든 기다림이었다.
답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,
바로 하는 것도 아니니
거절하기도 계속하기도
참 난감했다.
또 다른 분은
먼저 연락이 와서
안 된다고 하니
말을 너무 무례하게 하셨다.
본인이 나눔을 받지 못해서,
기분이 나쁠 수 있다.
하지만, 그렇다고 해서
기본적인 예의조차
지키지 않는 것은
비매너였다. =(
하기로 한 분은 답장이 늦고,
몇 분은 비매너고,
채팅은 계속 연락이 왔다.
좋은 마음으로
나눔을 한 건데
이래저래 시간은
시간대로 빼앗기고,
기분 역시 유쾌하지 않았다.
*
약속시간에 맞춰서
한 손에는 아이를 데리고
다른 손에는 세제를 들었다.
아이는 아직 나눔이
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.
왜 가지고 가는지
아는 사람에게 주는 건지
혹시 장난감은 그런 게 없는지
이것저것 질문을 했다.
아이에게 설명해주며
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데
점점 조급해졌다.
약속시간이라
당근 앱으로 채팅을 해도
읽지도 않고, 답장도 없다.
설마, 잠수인가?
바람맞은 거야?
나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?
아무런 대답도 없는 채팅에
슬슬 걱정이 되었다.
그것도 잠시.
세제가 눈에 띄어서 그런지
할아버지 한 분이
웃으며 달려오셨다.
시간에 맞춰
나온다고 나왔는데
먼저 나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.
많이 기다렸냐며 물어보신다.
선입견이 있었던 걸까?
나이가 있으신 분이
당근 마켓을 할 거라고는
전혀 예상하지 못했다.
그제야 느린 답장이
어느 정도 이해되었다.
아이 학원이 있어서
조금 일찍 나왔다고
잘 쓰시라고 인사를 하고는
세제를 전해 드렸다.
할아버지는 감사하다며
잘 사용하겠다고 하신다.
나오기 전까지만 해도
괜히 했다는 생각도 했는데
나눔을 하고 나니
뭔가 기분이 뿌듯했다.
다음에도 기회가 되면
다시 무료 나눔을 해 봐야겠다.
할아버지,
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뵐게요.
세제 잘 쓰세요. =)